한겨울의

수박화최

한겨울의 수박화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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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맥박이 비정상적이에요.”

“어서 담당자 불러와, 어서!”

“윤 박사님, 윤 박사님!”




유리 벽

w.뇸뇸




삐, 삐-

높은 경고음이 귀를 아프게 때리고 빨간 조명은 다급하게 깜빡이며 상황이 좋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숨을 헐떡이며 뛰어들어온 사람이 차트를 받아들며 물었다. 그는 실험실 안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새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으며 목에는 ‘최윤’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걸고 있었다.

“실험체에 이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마무리 할 테니 모두 나가주세요.”

그의 단호한 목소리에 사람들은 하나둘 실험실을 떠났다. 텅 빈 실험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그는 유리관 안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모두를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던 최윤은 한참이 지나서야 문득 정신을 차리곤 유리관을 열었다.


“괜찮아요?”

다정한 목소리로 자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는 손길에 천천히 눈을 뜬 유리관 안의 남자는 끄응,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응.”

기지개를 크게 편 남자는 일어나자마자 볼멘소리로 최윤에게 투덜거렸다.

“어디 갔었어. 너 말곤 다 싫다고 했잖아. 저런 돌팔이 같은 인간들한테 어떻게 내 몸을 맡겨.”

“그래도 그렇지, 마음대로 기계를 조작하면 곤란해요. 윤화평 씨 상태에 따라 밥줄, 심지어는 목숨줄까지 달린 사람들인데…,”

말이 끝나지도 않았건만, 은근슬쩍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는 윤화평이란 사람의 행동에 잔소리를 멈춘 최윤은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 누군가가 이 광경을 본다면 서로 죽고 못 사는 연인의 모습이라 말했을 것이다. 말투와 행동, 그 모든 것들이 연인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었기에.


그들은 닫힌 유리관 위에 걸터앉아 한참을 떠들었다. 그러다 문득 벽에 걸린 커다란 시계에 눈길을 준 최윤이 머뭇거리며 윤화평에게 말했다.

“약 주입 할 시간이에요.”

“주사 맞는 건 난데 항상 네가 더 아픈 표정을 짓더라-”

제 옆에 앉아 고통스러운 듯 울상을 짓고 있는 최윤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기분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말꼬리까지 늘려 애교스럽게 말한 그는 선뜻 팔을 내밀었다.

이미 주사 자국이 가득한 팔을 보며 눈을 꾹 감았다가 뜬 최윤은 깨지기 쉬운 물건을 다루듯 그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가능하다면 이 손목을 잡은 채로 멀리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저뿐만 아니라 그까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 되리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위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두 사람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있으면 좋은, 없으면 그만인 존재들.


그의 살을 뚫고 투명한 액체가 흘러들어 갔다. 온몸에 퍼져나가는 약 기운에 노곤해진 몸을 다시 기대오는 그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던 최윤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피곤하면 조금 더 자요.”

“싫어. 그럼 너랑 얘기할 시간이 줄어들잖아. 지금 놓치면 내일까지 또 기다려야 하는데.”

억지로 눈을 부릅뜨던 그가 최윤의 발밑에 있는 차트를 집어 들어 건넸다. “최윤 박사님, 이거 빨리 안 쓰면 웃대가리들한테 된통 깨집니다-” 따위의 장난스러운 말을 건네며.

차트를 받아든 최윤은 제 앞에 밝게 웃고 있는 남자에게 희미한 미소로 화답했다.

“빨리 써, 빨리. 그리고 나랑 놀자.”

간식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계속해서 보채는 윤화평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최윤은 하얀 종이를 검은색의 단정한 글씨로 채워가기 시작했다.


[A921]

최윤이 가장 먼저 적어 넣은 것은 윤화평이 불리는 이름과도 같은 단어였다. 그는 그 글자들의 나열을 볼 때면 습관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한구석이 아릿했다.




-

그와 처음 마주했을 때, 마치 숨이 멎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을 마주하자 떨려오는 가슴께의 감각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지금까지 지속되어오고 있었다. 그의 손목을 잡고 주사를 놓았을 땐 자신을 끔찍하게 짓누르는 죄책감에 한동안 밥도 못 먹었더란다.

이곳 생활을 하며 생명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을 보며 어떠한 연민도 생기지 않았고, 감흥도 없었다. 그래서 무뎌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그와 관련된 일이면 고작 주사 하나에도 이렇게 유난을 떠는지. 본인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제 모습이 웃기기만 했다.


“A921.”

그래도 가장 고통스러운 건 그를 부를 때였다. 그가 사람도, 뭣도 아닌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피가 차게 식어감을 느꼈다.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사람은 맞지만 사람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존재였다. 인간의 욕심으로 탄생한 기이한 존재. 그는 윗분들의 눈에 벗어난 인간을 제거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사실 이미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최윤이 본 A921의 모습만으로는 그런 짓을 하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처럼 착한 사람이 이런 일에 이용된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웠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한 채 복종하고 있는 자신도, 윗사람들도 증오스러웠다.


A921은 가끔 저렇게 사색에 빠져있는 최윤이 이상해 보였다. 자신을 부를 때면 피나기 직전까지 입술을 짓누르는 모습이 그가 마치-




그래서 이름을 지어줬더란다. 성은 자신의 이름을 따 ‘윤’으로. 제 옆에 있을 때만이라도 화평하라는 의미로 ‘화평’을. 그렇게 윤화평은 그에 의해 제대로 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름을 사용하는 건 고작 둘뿐이었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서로의 이름이 입에서 터져 나올 때, 자신의 이름이 상대의 목소리로 귓가에 들려올 때, 그보다 행복할 순 없었다.




-

최윤은 분주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윤화평은 고갤 까딱이며 졸고 있었다. 그러게 조금 더 자라니까 그렇게 고집을 부리더니. 그를 살짝 흔들어 깨우니 잠이 덕지덕지 묻은 몽롱한 눈으로 저와 눈을 마주쳐왔다.

“끝났어?”

“네. 편하게 누워서 자요.”

“아니야, 나 이제 잠 다 깼어.”


윤화평은 최윤의 흰 가운을 꾹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최윤, 너 요즘 무슨 걱정거리 있지?”

“아뇨.”

“누굴 속이려고. 지금까지 우리가 보낸 시간이 얼만데 내가 그것도 모를까 봐?”

“…”

“뭔데, 말해봐. 우리 사이에 비밀이 있다니까 약간 섭섭하구 그르네.”


한숨을 푹 내쉰 최윤은 고갤 떨구고는 말했다.

“그냥, 그냥 항상 하던 고민이죠. 윤화평 씨랑 같이 여기서 벗어나도 모자랄 판에 궁지로 내몰고 있잖아요. 윤화평 씨는 이런 제가 안 미우세요?”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윤화평은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윤은 감정에 서툴렀다. 마치 죄악감 외의 감정을 가지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듯, 웃을 때도 마음껏 웃지 못하고 울어야 할 때도 제대로 울질 못했다.


“최윤, 나 봐봐. 니가 왜 미안해? 난 내가 더 미안한데. 넌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 죄를 짓고 있는 건 나니까.”

“그,게 무슨….”


그 순간 빨간 조명이 다시 깜빡거리고 귓가를 찢는듯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윤화평이 입을 벙긋거리며 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최윤은 들을 수 없었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

“맥박이 비정상적이에요.”

“어서 담당자 불러와, 어서!”

“윤 박사님, 윤 박사님!”


A921은 눈을 번쩍 떴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주변에 보이는 건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 틈으로 다급하게 뛰어오는 익숙한 듯 이질적인 한 사람. 그 사람은 ‘윤화평’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걸고 새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A921은 그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유리 벽에 막혀 닿지 못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숨을 헐떡이며 뛰어들어온 사람이 차트를 받아들며 물었다.

“실험체에 이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남자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유리관 안의 실험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저런 살인 병기와 엮여봐야 자신의 입장만 곤란해진다.






내가 너를 알게 된 후로 나는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나에게 말을 걸기를, 내 손을 잡기를, 나를 간절히 원하기를,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를, 나에게 영원히 돌아오기를.


[이종산, 게으른 삶]






A921은 알고 있다. 자신은 그에게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자신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그저 제 운명에 수긍하며 아까와 같은 꿈을 다시 꾸길 기도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꿈에서나 현실에서나 무력했고, 명령에 복종해야만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꿈에서라도 그의 손을 붙잡고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해볼걸.




약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져나갔다. 그는 눈을 스르륵 감으며 무의식적으로 주사를 놓아주는 그 사람의 손목을 꽉 잡았다.




이번엔 꼭 당신과 탈출할게요. 많은 걸 바라진 않아요. 꿈에서라도 그렇게 해봐요.

꿈에서라도 다시 다정한 눈으로 바라봐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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