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가늘은 팔. 윤화평은 그 자작나무 같은 팔을 한참이나 본다. 얼굴만 따지자면 아주 처연한 꽃 한 송인데 가만 옆에 두고 보면 어울리는 게 꼭 자작나무뿐이었다. 여름인데도 그 애를 보고 있으면 사방이 눈 천지인 겨울 같았다. 마르기는 또 말라서 휑한 목에는 목도리를 둘러줘야만 할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 대신에 홀린 듯이 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목덜미를 푹 덮으면 그 애는 놀라지도 않고 까만 눈을 맞춰왔다. 그 눈에 미친 듯이 입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야 겨우, 윤화평은 그것을 정의했다. 하나의 명제처럼, 윤 화평은 그 애를 사랑한다.
최윤, 너의 줄기껍질을 벗겨서 거기에 사랑 노래를 쓰고 싶다.
윤화평은 얌전히 최윤을 기다렸다. 중간까지 집 방향이 같아서 둘은 늘 같이 등하교했다. 기다리는 것은 늘 종례가 끝나자마자 튀어나오는 윤화평이다. 둘은 같은 반이었던 적이 없었는데도 윤화평은 경험으로 알았다. 최윤은 종례가 끝나면 그제서야 가방을 챙기고 제일 나중으로 반에서 나온다. 참 최윤다웠다. 최윤네 반에 찾아가서 끌고 나오는 게 더 빠를 텐데도, 오늘처럼 무더운 날에 신경질을 내면서까지 굳이 교문에서 기다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학년 초반, 매일 최윤네 반에 가서 최윤 좀 빨리 나오라며 시끄럽게 굴며 이목을 끈 탓에 최윤이 앞으론 같이 가지 말자고 딱 잘라 말했던 탓이다. 둘은 교문에서 만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기다리는 시간이야 지나가는 애들과 인사하거나 시시덕거리면 금방 갔다. 뒤늦게 나온 최윤은 자연스럽게 윤화평 앞에 와 섰다. 그러면 윤화평은 한 팔로 최윤의 허리를 감고, 방금까지 얘기하던 애들을 다소 매정하게 보냈다. 야 나 간다 다음에 보자. 끝까지 시끌벅적했다. 기다리는 사람 생각은 안 하구. 교문을 나서자마자 장난식으로 투정을 부리면 언제나 윤화평 네가 빨리 나오는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윤화평은 그게 얄밉지 않았다. 그리고 어차피 너 그동안 혼자도 아니잖아. 야 그러면 뭐하냐 니가 없는데. 또 그러네. 뭐가. 됐어.
시답잖은 얘기는 대부분이 윤화평에게서 나왔다. 몇 반의 누가 뭐했다더라, 매점 사장님이 나보고 고맙다고 했다, 우리 반에 너 좋아하는 애 있던데, 따위의. 최윤은 그냥 맞장구를 쳐주고, 잠깐 웃고, 혹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갈림길까지는 그리 멀지도 않았다. 잘 가, 윤화평. 말간 얼굴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때면 윤화평은……. 손목을 슬 쥐면서, 최윤, 하고 다소 갑작스럽게 부르니 놀라지도 않고 예의 그 눈으로 바라본다. 미간을 조금 찌푸리는데도 순해 보이는 얼굴을 마주하면서.
“나 너 좋아해.”
윤화평은 가끔 최윤에 대해 생각했다. 포근한 이불에 대 자로 누웠을 때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주를 이뤘는데, 종종 아주 뜬금없이 최윤 생각이 났다. 이를테면 매점에서 음료수를 고르다 딸기우유가 눈에 들었을 때처럼. 웃긴 일이었다. 최윤은 딸기우유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너 안 사? 옆에서 물어오면 윤화평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사야지, 싸장님 저 계산이요. 그러고선 피크닉 사과맛을 쪽쪽 빨면서 가만 생각했다. 최윤 걔가 희멀끔하니 우유랑 닮긴 했지. 가끔 뭐 좀 얼굴 빨개지면 딸기우유 색 아닌가. 그래서 생각이 났나. 애초에 그 음료수는 양이 적어 네다섯 모금 마시면 끝이 났고, 곽을 구겨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으로 최윤 생각은 끝이 났다.
최윤은 말이 없었고 그래서 한참 맴맴 소리만 울렸다. 무슨 속을 담고 있는지 모를 눈으로 최윤은 윤화평을 가만히 바라봤고, 윤화평은 고백에 대한 답 보다는 최윤의 대답을 기다렸다. 고백한 사람치고 긴장되기는커녕 외려 멀쩡했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한가. 몸을 돌린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최윤을 따라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서서, 어떤 형태로든지의 답을 기다렸다. 만약 최윤이 대답도 하지 않고 미련 없이 돌아선다면 윤화평은 그것도 대답으로 삼기로 했다.
처음에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낯이었다가, 이제는 평소처럼 무정한 낯이다. 아니 따지자면 그건 아니지. 평소에는 그래도 유순한 면이 있긴 했는데 지금은 티는 잘 안 나도 얼굴을 잔뜩 굳혔다.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다. 뭐가. 내 고백이? 그러면 그냥 싫다고 하지, 잘만 하더니. 들릴 리 만무한 최윤의 숨소리가 색색 귓가에 잔상처럼 남을 정도가 되어서야 최윤은 입을 열었고, 여전히 냉한 낯으로 너 그거 사랑 아니야, 하더니 갈림길에서 그대로 자기 집으로 가버렸다. 가장 최악의 대답이었다. 나쁜 자식, 뒤도 안 돌아보는 건 뭐야. 그렇게 말할 건 뭔데. 윤화평은 최윤의 뒷모습을 보며 야속함을 곱씹다가 오 분도 안 되어서 저도 집 쪽으로 걸음을 틀었다.
윤화평의 고백을 못 들은 거로 치기로 했는지, 최윤은 어제랑 별다를 게 없었다. 그게 더 이상했다. 최윤이라면 저를 죽도록 피해 다녀야 하는데. 똑같아도 너무 똑같았다. 물론 여전히 마음에 담아두고는 있는지 아무 일 없었던 척하는데도 못마땅한 티가 났다. 딱 윤화평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거야 둘은 얼굴 본 세월이 팔 년이니 말 다 했다. 윤화평을 중학교 일학년 때부터 보아온 친구도 최윤을 이기지 못했다. 걔네들은 매점에서 피크닉 사과맛을 하나 사서 쪽쪽 빨면서 야, 너한텐 최윤밖에 안 보이지? 냅둬 쟤네 팔 년이래잖아, 뭐 팔 년? 연애도 그렇게는 안 한다, 따위의 농담을 가끔 했다. 연애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윤화평은 크림빵을 한 입 베어 물면서 그렇게 받아쳤다. 그래 쟤 여친은 꼬박꼬박 있었잖아. 그게 제일 이상해 존나 정 없는 새끼 뭐 그리 좋다고.
갈림길에서 만나서 다시 갈림길로 나뉠 때까지, 하루 동안 어제 일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는 최윤을 가만 보면서 윤화평은 조금 우습고 짜증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윤화평은 어제랑 같은 자리에서 두 번째로 고백했다. 최윤, 좋아해. 최윤이 이번에는 미간을 구겼다. 당연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매정하게 돌아선 최윤을 그 후로 갈림길에서 이틀은 만날 수 없었다. 선을 넘은 대가려니 했다.
최윤,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다 그치. 안하께 안하께. 윤화평이 최윤 반에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싹싹 빌고 나서야 최윤의 싸늘한 눈빛은 자취를 감췄다. 윤화평은 책상에 엎드려서 눈을 끔뻑였다. 걔는 뭐가 그렇게 싫었던 걸까. 내가 고백한 게? 누가 너 좋아한대, 하고 전해줄 때마다 찡그렸던 최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것도 아니면 누구든 자기를 좋아하는 게 싫어서? 잡념의 종착지는 그거였다. 최윤은 사랑을 모른다. 중간에 많은 일이 있었고 그 도약의 과정은 윤화평만 알았다. 그래서 윤화평은 최윤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때까지 계속 말하기로 했다. 최윤과 화해한 지 사흘 만에 막무가내로 내린 결정이었다. 최윤이 사랑을 모르든 말든. 모른다고 하면 알려주면 되지, 타고난 기민함은 유독 최윤 앞에서만 맥을 못 추렸다.
다소 대책 없는 행동을 했다. 하루에 두 번은 꼭 사랑해 최윤 내가 너 좋아해서 그렇잖아 너는 좋겠네 내가 다 좋아해주구 따위의 말을 했다. 너 또. 최윤은 처음에는 와그작 얼굴을 구기고, 두어 번은 당장에 그 자리를 벗어났다가, 윤화평의 좋아해가 열 번째를 넘어가자 체념한 듯했다. 싸그리 무시했다는 소리다. 최윤의 기약 없는 대답 덕에 둘은 지내왔던 팔 년하고 똑같았다. 단지 윤화평과 최윤의 친구들이 질색했다. 윤화평의 친구들은 이틀 되던 날 물었다. 너 최윤이랑 무슨 내기라도 했냐? 아니지 너 걔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이러는 거야? 진짜로 둘 다 얼굴에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어서 윤화평은 웃었다. 물 부은 컵라면에 고정해놨던 나무젓가락을 일자로 능숙하게 뽀개면서, 진짜로 좋아하지 그러엄, 했다. 윤화평의 친구들은 그래도 혼란스러운 얼굴을 했다.
최윤의 친구들은 조금 경우가 달랐다. 두어 명으로 적고 깊게 사귀는 친구들은 최윤에게 너 윤화평이랑 그런 사이 아니라며, 하고 흘러가듯이 둘 사이를 긍정했다. 윤화평은 윤리와 사상 교과서를 빌린다는 핑계로 최윤을 보러 왔다가 그것을 들었다. 최윤 네 친구들이 내 친구들보다 낫다. 어깨에 걸쳐진 팔을, 최윤이 제 몸을 비틀어 빼내고는 자리로 가버렸다. 야 최윤! 나 네 윤사 책 빌려 간다! 최윤의 사물함까지 가서 책을 꺼내 들었는데도 최윤이 아무 반응 없자, 윤화평은 웃으면서 사랑해 최윤! 하고 그대로 뒷문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반 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은 최윤의 몫이었다. 최윤은 책을 덜렁 흔드는 윤화평의 뒷모습을 흘겼다.
이제 반 애들은 전부 그러려니 했다. 따져 말하자면 전교생이 그걸 알고 있었다. 윤화평이 쓸데없이 아는 사람이 많았던 탓이다. 최윤이 지나가면 웅성댔고 윤화평이 지나가면 다섯 걸음 뗄 때마다 꼭 한 명씩은 물었다. 야 너 최윤이랑 사겨?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야 뭐래 저 새끼 저러고 다니는 거 보면 모르겠냐 백퍼 까였지 최윤이 그런 거 받아줄 애냐 하는 소리가 따라붙었다. 윤화평은 웃어넘겼고 최윤은 애써 무시했다.
그거 그만 좀 할 수 없어? 결국 견디다 못한 최윤이 짜증을 꾹 누른 목소리로 언급했다. 윤화평은 시작이 언제였나 생각해보다가, 한 달이면 최윤치고 많이 버텼다 싶었다. 뭐가. 능청스레 웃으며 제 앞에 놓인 떡볶이를 입에 쏙 집어넣자 최 윤이 한숨을 쉬었다. 어후, 매워. 금방 귀가 빨개져서는 물을 찾는 윤화평을 위해 최윤은 물을 떠다 주고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너 좋아한다구 말하고 다니는 거?”
“어, 그거.”
윤화평은 대답은 않고 최윤을 가만 바라봤다. 종이컵에 반쯤 남은 물을 입에 털어 넣고서 그거 진심인데, 하고 툭 뱉는다. 그렇게 큰 용기로 한 고백은 아니었는데 최윤이 그걸 거짓으로 치부했다는 거엔 조금 허탈감을 느꼈다.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잔뜩 찌푸린 최윤의 미간을 엄지로 살살 문질러 펴주면서 윤화평이 거듭 말했다.
“사랑한다고 말했던 거 다 진심이라고.”
“…….”
“왜. 안 믿겨? 못 믿겠어? 내가 뭐 해야 믿을래.”
“…웃기지 마. 윤화평. 너 그거 사랑 아니야.”
“…야. 너나 웃기지 마. 내가 그렇다는데 네가 뭔데.”
최윤은, 처음처럼 또 한참 말이 없었다. 사랑 아니라고, 내가 아니라고 했어. 최윤, 거의 소리치듯이 신경질적으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도 최윤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눈을 꾹 한 번 감았다 뜨고선. 아니라니까! 저도 소리치고 나가더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야! 야! 최윤! 앉은 채로 문 쪽으로 상체를 틀은 윤화평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최윤의 이름을 두어 번 불렀으나 굳이 따라나서진 않았다. 자존심이 상했다. 최윤이 하는 말이 짜증났다. 화가 나진 않았는데 짜증이 났다. 아씨, 지가 뭔데 자꾸 아니래. 왜 내 말을 못 믿어. 팔 년 우정이 이것뿐이야? 윤화평은 제 앞에 놓인 뻘건 떡볶이가 최윤이라도 되는 양 노려보다가, 와구와구 씹어 먹었다. 윤화평은 매운 걸 잘 안 받았고, 당연한 수순으로 배탈이 났다.
다음 날이 토요일이어서 다행이었다. 주말 동안 윤화평은, 아픈 배를 부여잡고서 최윤의 말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너 그거 사랑 아니야, 하는 얼굴이 왜 그렇게 속상했는지. 진짜 걔는 뭐가 문제인 거야. 그냥 좋다 싫다 말하면 어디가 덧나나. 최윤은 늘 그랬다. 꼭 그렇게 한 번씩 속을 뒤집어 놨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최윤. 지금도 너 생각을 하는데. 그것만 생각하면 안 그래도 아픈 배가 더 아픈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윤화평은 눈을 감았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결국 그 짓을 그만두기는 했다. 꼭 최윤을 위해서는 아니고, 더 해봐야 최윤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서였지만 그거나 그거나였다. 진짜 차였냐? 하며 물어오는 물음에도 대강 손을 휘휘 저으니 소문이야 당장에 사그라들었다. 야야 쟤한테 뭐 그리 신경을 쓰냐. 그냥 냅둬 저 새끼 저러는 게 한두 번이야? 마지막까지 들끓던 뒷말은 윤화평의 친구들에 의해 마침내 종적을 감췄다. 윤화평에 관련한 소문은 늘 이런 식으로 사그라졌다.
윤화평이 결국 최윤을 울린 날은 세 번째로 진지하게 고백을 한 날이었다. 여름에 시작된 사랑은 끝내 겨울까지 가서, 첫눈이 내리는 날에 옆에 있던 최윤에게 눈 온다, 최윤. 빨리 밖에 봐바, 하며 호들갑을 떨다가, 아닌 척 창문을 힐끔거리는 최윤이 예뻐서, 윤화평은 최윤에게 입 맞췄다. 메마른, 그러면서도 축축한 입술을 부비고 흐트러지는 숨결을 그대로 받았다. 아프지 않게 잘근대다가는 또 핥고 꾹 눌렀다. 혀를 섞지 않는 대신에 최윤의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놀라 굳은 건지 피하지 않는 최윤의 손을 잡았다. 그걸로 충분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하순을 물고 늘어졌다. 사랑해, 최윤. 말하고 나서 진짜 여기까지 오기 존나 길었다 싶고 괜히 자기가 대견해져서 샐 웃음이 나는데, 문득 최윤이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개를 들고 마주한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눈가는 축축하고 호흡은 가빴다. 윤화평은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윤아, 왜 울구 그르냐. 내가 미안해. 윤화평이 최윤의 눈물을 쓸고 윤화평의 엄지가 최윤의 뺨에 척척하게 감기는 동안, 최윤은 그냥 그 까만 눈으로 윤화평을 쳐다봤다. 뱉는 숨이 습하도록.
윤화평은 무딘 인간이었고 큰 갈래가 아니면 눈에 잘 들지도 않았다. 제 선 밖의 것은 굳이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고, 잠깐 준 시선이야 전부 변덕이고 기만이었다. 이를테면 매점의 딸기우유와, 길가에 핀 들꽃 한 송이 같은 것들. 윤화평은 잎을 볼 여력도 없이 줄기만으로도 버거웠고, 윤화평이 살아온 세상이란 그 정도 관심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다 해결되었다. 예민함으로 점철된 천성은 무른 거죽을 뒤집어쓰는 게 편했다. 윤화평은 죽을 때까지 꽃을 보는 삶은 살지 못할 사람이었다.
결론적으로 최윤의 말이 맞았다. 최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윤화평은 다음 해 여름이 오기 하루 전에 알았다. 꼬박 일 년에 걸친 오독이었다. 구태여 최윤에게 말하진 않았다. 대신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야속할 때면 윤화평은 예의 그 사랑을 부정하는 최윤의 울먹임을 기억했다. 너 그거 사랑 아니라니까…….